IT업계에 있다 보니 아마존의 문화는 익숙하게 들어왔다. 그렇게 생긴 이미지가 썩 좋지만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한 기업이니 한 번쯤 책으로 정독하는 게 의미가 있을 거 같아서 읽어봤다.
아마존의 맨 처음 제프가 모든 영역을 관리하던 시기부터, 직원 수가 폭발하고 거미줄처럼 엮인 여러 부서를 다루던 시기까지 여러 방법론이 나온다. 시도했다가 실패한 방법도 소개되어 있어서 현실감도 있다. 이 책은 아마존의 성장과 함께 이런 문화를 직접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조직의 문제를 발견하고 가설을 세우고 측정하며 만든 노하우들이 담겨있다.
물론 조직 문화에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시야를 넓혀주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저자도 이 점을 강조한다.
책에 소개된 굵직한 아마존의 문화는 다음과 같다.
아마존의 조직 문화
- 작업 스케쥴링을 위한 OP1, OP2 연간 계획과 S-팀 목표 선별
- 채용 프로세스에서 면접자의 편향을 없애는 바 레이저 방식
- 한 명의 리더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싱글 스레드 리더십
- 건설적인 토론 문화를 만들기 위한 6-페이저
- 고객 경험에서 시작하는 워킹 백워드
각 방법을 아마존에서 만들고 적용하는 상세한 이야기를 다룬다. 몇몇 문화는 굉장히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어서 가볍게 훑어보기에는 좀 무거웠다. 이 문화들을 바탕으로 2장에서는 전자책 디바이스 킨들, 유료 회원제 배송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넷플릭스와 비슷한 비디오 콘텐츠 서비스 프라임 비디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AWS가 탄생하는 실무를 소개한다.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그중에 내 생각을 쓰고 싶은 챕터 몇 개만 골라본다.
커뮤니케이션
같은 방법이라도 누가,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점짜리가 될 수도 있고 100점짜리가 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파워포인트이다. 누군가는 적절한 임팩트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한다. 반면 누군가는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청중에게 혼란을 준다.
이런 편차 있는 방법을 금지하고 단순히 글로 작성하도록 원칙으로 정하고 따르게 한다면 모두에게 70점짜리로 만들 수도 있다. 이게 좋냐 나쁘냐는 경우에 따라 다를 거다. 점수 편차가 크거나 낮은 점수의 리스크가 크다면 파워포인트를 금지하는 게 더 매력 있을 것이다.
아마존에서도 결국 파워포인트를 금지하고 6페이지짜리 내러티브(narrative)로 문서로 대체했다. 물론 이 의사결정에는 더욱 다양한 근거를 대긴 했다. 그리고 내러티브 문서에도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두고 개선했다. 이 파트를 읽으면서 파워포인트를 금지하자는 의견에는 난 반대였다. 굳이 정책으로 금지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가.. 하지만 이를 설득하는 6페이지 내러티브 문서로 예시를 들어줬는데 아마존의 템플릿에 맞게 작성하니까 확실히 설득력이 있었다.
워킹 백워드
고객의 관점에서 먼저 생각하는 당연한 말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PR/FAQ 이 등장한다.
PR은 보도자료로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가장 먼저 만든다. 결국 이 보도자료를 읽는 독자가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반대로 여기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게 다른 경쟁사의 제품보다 의미 있지 않다면 개발조차 하지 않는다. 이 밖에도 다른 현실적인 문제들을 먼저 발견할 수 있어 잘못된 길로 빠지는데 막아준다.
FAQ는 PR보다 더 자유로운 양식으로 다양한 케이스에 대한 질문과 응답을 적는다.
엄격한 회의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이런 PR/FAQ를 먼저 작성한다. 이 PR/FAQ가 승인되면 그제야 제품 개발이 시작되는 말 그대로 워킹 백워드 프로세스이다.
추상적으로만 옳다고 생각하던 개념을 PR/FAQ라는 문화로 구체화 한 방법이 굉장히 신선했다.
이런 모든 고민들은 결국 결과적으로 가치가 있어야 행동할 수 있다. 아마존의 매출이 수천억이 아니고 수백만이었다면 이런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이렇게 집중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집중할 가치가 있었을까. 작은 회사에서는 경험해 볼 일 없는 고민들을 하는 것 자체가 멋졌다. 언젠가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돌아가는 스케일이 큰 회사도 경험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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