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 예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엮으며 전개해가는 인물로 도원에게 호감을 가진다. 밝은 모습이지만 불면증에 고생한다.
- 도원: 결혼하고 2년 만에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냈다. 이때 홀가분함을 느껴서 죄책감을 가지지만 상대방의 비밀에는 냉정하게 대한다. 새로운 만남에서 행복한 상황에서도 끝을 생각한다.
- 재인: 빵집을 운영한다. 도원과 반대로 관계 끝는걸 못해서 이혼한 전 남편과 의미 없는 잠자리를 유지한다.
- 호계: 관심을 거부하는 무뚝뚝 인물로 재인의 빵집에서 알바한다. 이후 예진과 만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멀쩡한 사회 구성원 같지만 어딘가 결함이 있고 깊이 알게 되면 오히려 실망하게 될 수 있는 사람들.
이 네 사람의 지극히 자극적이지 않은 평범한 이야기를 다룬다. 모든 사건에 우연이란 요소는 뺄 수 없지만 독자에게 현실과 거리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집중한 느낌이다.
예진과 도원의 첫 만남도 1층이 빈 어떤 건물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진행된다. 서로에게 큰 호감도 없고, 불편하지 않게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딱 적당한 거리이다.
예진은 겉으로는 밝은 모습이지만 불면증에 고생하여 오픈 채팅방에 들어갔고, 정모에서 호계를 만난다. 호계는 어렸을 때 무관심한 부모님 대신 고용된 할머니 손에 자랐다. 나중에는 병원에 계신 할머니를 대하는 아버지의 차가움을 보고 아버지와의 연을 끊는다. 그렇게 자신의 얘기는 하지 않는 무뚝뚝한 성격으로 지금은 재인이 운영하는 빵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이런 호계가 예진에게 감정을 느끼고, 우연한 기회에 네 명이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긴다.
도원과 재인은 사실 예전에 인디 밴드를 했었고, 그 시절에 합주실에서 만났던 사이이다. 당시 사정으로 연인까지 발전하진 않았지만 마음 한편에 두었던 서로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결국 불을 지펴 연인이 된다.
그 이후 계절이 변화하면서 각자 인물들이 가지고 있던 숨기고 싶은 진실이 드러나고 관계가 요동친다.
평소 소설은 잘 읽지 않아서 뭐든 읽어보자고 마음먹었고, 그 안에서는 프리즘이라는 제목만 보고 골랐다.
내 기억 속 프리즘은 빛을 무지개로 바꿔주는 신기한 장난감이다. 단순히 빛의 파장에 따라 다르게 굴절시키는 성질을 이용한 도구지만 결과적으로 무지개를 보여주니 동심을 저격하는 데는 제격이다.
이 책에서 프리즘은 시작과 끝에만 등장한다.
시작에는 떨어지는 프리즘에 예진이 발등을 찍혀 치워 버리는 쓸데없는 무기로 취급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과 여러 계절을 겪은 후 예진은 프리즘을 보며 내면을 다진다. 그리고 프리즘이 만든 무지개를 보며 마무리 짓는다.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남에게 나를 잘 드러내지 않고, 모든 관계를 무덤덤하게 여기는 호계에게 감정 이입이 잘 됐다. 더 나아가 내 이야기를 남이 아는 것이 싫다. 딱히 숨기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니고, 성향과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 같다. 아무튼 이런 호계도 예진과의 관계, 재인과의 대화에서 내면을 돌아보며 점차 바뀌는데 그 과정이 잔잔하면서도 응원하는 재미가 있었다.
잔잔한 스토리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인물들도 특징이 볼만했다. 서로 진심이 아닌 관계에서 한철은 말 그대로 한철 만나보고 마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영원 같은 짝을 만나면 180도 달라진다. 읽는 동안에는 한철이란 사람이 참 별로였지만, 역시 관계가 더 중요한 거 같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서 무지개가 되면 그제야 빛의 존재를 인식한다. 이렇듯 복잡한 현실에서 너무 늦지 않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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