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신 분들이 선한 의도로 규제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런 역설적인 사례들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소개한다.
규제가 필요하다, 필요하지 않다는 모두 일리 있는 말이지만 소개된 나쁜 결과를 만든 규제는 분명히 실패한 정책이다. 책에 나오지 않은 성공한 규제도 있을 테니 규제 자체에 대한 비판은 섣부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규제보단 공정한 시장경제의 룰을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
책에 나오는 많은 규제들은 문제가 먼저 발생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결과로 등장한다.
원인이 단순하다면 그 원인을 없애는 단순한 규제로 해결이 되겠지만, 보통 원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회의 끝에 나오는 규제는 특정 행위를 단속하는데 그친다. 이러니 복잡한 원인이 해결되지는 않고, 파생효과로 부작용이 나타난다.
급속도로 발전해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데 까지 넘어온 머신러닝만 해도 보통 피쳐를 고차원의 벡터로 정의한다. 그래서 그 차원을 줄이는 방법만 해도 다양한 기법이 있다. 그리고 처음부터 최적 값을 알 수는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피드백을 반영해서 모델을 점차 개선한다.
이를 현실 세계로 대입해보면 규제를 시작하고, 확장, 축소, 취소까지의 과정이 유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규제는 결국 정책이고, 그 정책이 정치의 영역까지 넘어오니 의사결정 하기가 참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올바른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해도 쉽지 않은 마당에, 현실의 데이터는 온갖 노이즈로 불확실성이 높아서 난이도는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서 지적하는 잘못된 규제들에 대한 해석에도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건강검진
건강 고위험군에 있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실험을 진행했다.
A그룹은 지속적인 처방으로 약도 먹고 담배도 줄이고 운동도 한다. B그룹은 아무런 처방도 없고 방치했다. 그리고 몇 년 뒤 결과를 보니 A그룹이 사망률이 더 높게 나왔다.
책에는 더 자세히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A그룹의 원인을 스트레스라고 진단한다. 건강검진으로 인해 건강을 신경 쓰는 스트레스라고. 물론 평소에 건강검진을 받지 않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많은 게 해결될 거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건강검진의 스트레스라고 결론을 내는 데는 비약이 있고,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렇게 원인 분석도 쉽지 않으니 당연히 결과적으로 생성되는 규제도 잘 먹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기서는 건강검진 사례뿐만 아니라 각종 사례를 가지고 규제의 패러독스를 설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 최저임금, 세금, 단통법, 공인인증서 등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규제들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분노의 공인인증서는 좀 과장하면 7가지 카테고리에 모두 속하는 느낌이다. 이러고도 무려 20년간 군림했으니 한번 정책을 낼 때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잘못된 규제를 만들 때 그 원인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고려했더라도 그 파급력이나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걸 예측했다고 해서 과연 더 좋은 규제가 만들어졌을지는 의문이다. 사회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그 원인은 1차원적이지 않고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에 머신러닝에서도 그렇듯이 반복된 피드백으로 개선을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영] 순서파괴 (0) | 2021.11.06 |
---|---|
[경영] 프로덕트 오너 (0) | 2021.10.07 |
[소설] 아몬드 (0) | 2021.09.21 |
[소설] 프리즘 (0) | 2021.09.18 |
댓글